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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 상식 & 정보

사케의 진짜 이름은 청주?

by 쏘니파541 2022.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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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케란 무엇인가?

이자까야나 일식집에서 흔하게 마시는 일본 사케를 우리는 보통은 사케 혹은 정종이라고 많이 부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는 엄밀히 따지자면 둘 다 조금은 잘못된 표현인데요, 우선 일본어로 사케( [酒])란 술을 부르는 총칭입니다. 즉, 소주도 와인도 맥주도 다 사케라고 부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말에도 술이라는 단어가 있고, 술의 종류에 따라 소주, 맥주, 청주, 막걸리라고 각자의 이름으로 부르듯이 사케라는 단어는 술 그 자체를 통틀어서 부르는 말입니다. 

우리가 흔히 사케라고 부르는 술은 정확하게는 청주(淸酒) 또는 니혼슈(日本酒)라고 불립니다.

 

정종(正宗)은 일본어로 마사무네라고 부르는데 이는 사실 일본 청주의 한 브랜드명입니다. 일본어의 한자 독음법은 우리나라와는 달라서 음독, 훈독에 따라 하나의 한자를 가지고 여러 가지로 발음할 수 있는데요, 정종(正宗)은 청주(淸酒)와 똑같이 세이슈라고 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일종의 말장난, 요즘으로 따지자면 아재 개그에서 창안한 브랜드명입니다.

하지만, 브랜드명을 지은 사람의 의도와는 다르게 일본 전국시대의 유명한 무장이자 다이묘인 독안룡(獨眼龍/애꾸눈) 다테 마사무네(伊達政宗)의 이름인 정종(政宗)과도 발음이 같아서 마사무네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세를 타게 됩니다.

이후에 정종이 큰 히트를 치면서 이와 같은 청주를 제조하는 곳이 많이 늘어났고, 나중에 상표등록법이 생긴 후에 너무 많은 양조장에서 정종이라는 이름으로 상표등록을 요청하는 바람에 이를 고유명사가 아닌 일반명사로 사용하게 되는데요, 그러다 보니 일제 침략기 때 자연스럽게 일본 청주가 한국에도 많이 알려지게 되었고 청주 상표에 정종이라는 이름이 많이 붙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종이 곧 청주를 의미하는 단어처럼 지금까지도 쓰이고 있는 것입니다. 

 

청주와 소주의 차이점

1. 청주(淸酒) 

사실 청주와 소주는 같은 재료로 만든 뿌리가 같은 술이지만 그 공정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청주는 쌀과 누룩으로 발효를 시켜 만든 발효주인데, 이때 발효 후 쌀의 침전물이 바닥에 가라앉아 탁한 색깔을 띄는 것이 탁주(濁酒)이고, 술지게미를 걸러낸 맑은 술을 청주(淸酒)라고 부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막걸리가 바로 탁주인데요, 막걸리를 사놓고 가만히 냉장고에 넣어두면 쌀가루가 가라앉아 윗부분은 색깔이 맑고 아랫부분은 탁한 것을 보실 수 있는데요, 이처럼 맑은 술만 걸러낸 걸 청주(淸酒)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예로부터 청주는 상류층이 즐기던 고급 술입니다. 청주는 발효주라 상대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낮은데요 대부분 13-18도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국 술 중에서는 제가 전에도 포스팅한 적 있는 화랑, 경주법주 또는 백화수복 같은 술이 청주에 해당합니다.

 

2. 소주(燒酒) 

소주의 소 자는 불태울 소인데요, 말그대로 청주를 증류해서 만든 술이 바로 소주입니다. 증류란 고온에 술을 끓이는 공정을 말하는데요, 물보다 끓는 온도가 낮은 에탄올이 증기로 기화된 것을 받아 냉각시키게 되면 에탄올 함량이 더 높은 술을 만들게 되는데요 이렇게 만들어진 술이 바로 소주입니다. 

와인을 증류하여 브랜디(꼬냑)를 만들고, 맥주와 비슷한 보리(몰트)를 발효시켜 만든 술을 증류하여 위스키를 만드는 것처럼 청주를 증류한 술이 바로 소주입니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한국 술 중에서는 화요, 일품진로, 안동소주 같은 술들이 증류식 소주라고 보시면 됩니다.

 

여기서 잠깐, 그럼 우리가 흔히 마시는 소주는 도대체 뭘까라는 의문이 드실 건데요, 우리가 흔하게 마시는 소주는 보통 희석식 소주라고 부르는데, 돼지감자나 카사바, 또는 타피오카 등 저렴한 원재료에서 얻은 전분을 발효시켜 만든 주정(알코올)에 물을 희석하여 넣고 아스파탐 같은 인공 감미료를 첨가하여 만든 술입니다. 

 

밀크티에 들어가는 쫀득쫀득한 펄의 원재료인 타피오카가 소주의 원재료라고 하니 재미있습니다.

 

사케보다는 청주

가끔씩 일식집이나 이자카야에 가게 되면 저도 일본 청주를 마시곤 하는데요, 집에서는 한국 청주도 즐겨 마시는 편입니다. 저는 솔직히 술알못이라 구체적인 예까지 들어가며 평가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만, 지금까지 마셔본 한국 청주도 결코 일본 청주에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은 늘 해왔습니다. 보통 술집에서 판매하는 일본 청주의 경우 수입 관세나 유통 상인들의 마진까지 더해져서 일본 현지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데요, 물론 그 중에서는 정말 반박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맛과 향을 가진 청주도 있지만, 한국 청주와 비교했을 때 그다지 나을 게 없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청주는 보통 전통주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다 보니 이를 일본 사케(청주)와 다른 종류로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던데 쌀을 원재료로 사용한 경우 완전히 같은 종류의 술입니다.

일본 청주에 비하면 한국 청주는 아직 그 다양성에 있어서는 한참 뒤떨어지는 게 사실이지만, 맛과 품질에 있어서는 결코 뒤질 것이 없다라고 생각하는데요, 혹시라도 지금까지 일본 청주를 완전히 다른 종류의 술로 오해하고 소비하고 계셨다면 앞으로는 국산 쌀로 빚은데다 가격까지 일본 청주보다 훨씬 저렴한 국산 청주를 즐겨보시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또한, 한국 청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일식집이나 이자카야에서도 한국 청주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판매하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같이 해봤습니다.    

너무 국뽕에 차있는 게 아니냐고 말씀하셔도 반박하지는 못하겠습니다만, 어쨌든 국산 청주도 충분히 대접받을 자격이 있다는 말이 하고 싶어서 쓴 글인데,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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