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법주
경주법주는 대구 지역의 주류 업체인 금복주의 계열사 중에서 곡주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의 이름이자, 그 회사에서 생산하는 대표상품의 이름이기도 한데요, 경상도 지역에서는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술이고 또한 제삿술로도 많이 쓰이고 있는 술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소주보다는 청주를 선호하는 편이라서 한때 경주법주를 즐겨 마시곤 했었는데요, 이 경주법주에는 최상품인 경주법주 초특선이 있고, 그보다는 아래 등급인 화랑이라는 술이 있고, 경주법주는 가장 보급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경주법주 초특선은 1년에 만 병 내외로 한정 생산하는 제품이라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5만원에서 6만원 정도 하는데요, 정미율이 21%라고 하니까, 즉 경주법주 초특선을 만들기 위해서 쌀 한 톨당 21%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버린다고 하니 그 정도 가격을 받더라도 이해는 갑니다만 우선 사고 싶어도 구매처를 찾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저도 몇 년 전, 모 백화점에서 한 병 구매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경주법주 초특선은 다음 기회에 따로 포스팅하기로 하고, 오늘은 마트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지만 그 맛과 품질은 왠만한 일본 사케(청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화랑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나 논란의 여지가 생길까봐 미리 말씀드리는데, 제가 언급한 왠만한 일본 사케란 최상급 일본 사케를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중저가의 상품들을 말하는 것이니 오해는 없으시기 바랍니다.
화랑
화랑은 경주법주보다는 조금 더 가격이 높지만 맛과 품질은 훨씬 더 뛰어난 제품이라고 저는 항상 생각해왔었는데요, 저야 술알못이라 제가 하는 말은 별로 공신력이 없겠지만, 전문가들 또는 애호가들 말을 빌리자면, 요즘 나오는 경주법주는 그 맛이 예전에 비해 훨씬 떨어지는데, 예전 경주법주에서 났던 맛이 화랑에서 난다고들 합니다.
화랑은 얼핏보면 소주병처럼 생긴 병에 담겨 있어서 오히려 경주법주보다 저렴하지 않을까라는 착각을 갖게 만들지만 용량과 가격을 따져보면 화랑이 조금 더 상위 제품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화랑의 용량은 375ml이고, 가격은 보통 마트에서 구매할 경우 4,700원에서 5,300원 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모르니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마트에 간 김에 사진을 살짝 찍어왔는데 제가 갔던 대형 마트에서는 4,780원에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100ml당 화랑은 1,275원이고 경주법주는 700ml 용량에 8,380원에 판매하고 있어서 100ml당 1,197원이니가 가격으로 따지자면 화랑이 근소한 차이로 조금 더 상위 등급에 있는 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화랑은 100% 국내산 찹쌀을 사용하고 거기에 정제수, 누룩, 포도당, 구연산, 젖산, 효소제가 첨가되어 있습니다.
알코올 도수는 13%로 소주보다는 조금 낮습니다.
화랑 시음 후기
평소 청주를 즐기지 않는 분들에게 청주 맛은 다 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처음 위스키를 접할 때 숙성 년도나 브랜드에 상관없이 다 비슷한 맛으로 느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일본 사케나 한국 청주를 마실 때 가장 많이 들어본 말이 "어, 이거 청하랑 똑같은 맛이네"였습니다.
솔직히 저도 처음 사케 또는 청주를 마시기 시작했을 때 청하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가끔씩 마시다 보니 그 차이가 얼마나 큰지 이제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청하를 폄하하려는 건 절대 아니지만, 화랑과 청하는 최소한 짜장면과 짜파게티 정도의 차이는 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나는 짜파게티가 더 맛있던데"라고 말한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기는 합니다만, 그냥 쉽게 맛의 차이를 설명하자면 그렇다는 말입니다.
화랑은 청주 특유의 달콤하고 시원한 향이 좋으며, 쌀로 빚은 술이라 술잔에 따라놓고 보면 소주처럼 투명한 색깔이 아니라 약각 누런 빛을 띄고 있습니다. 바디감도 나름 좋아서 저는 개인적으로 화랑이 생선회와도 잘 어울리지만 육류와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술알못인 저의 비루한 의견을 감히 말씀드리자면, 단언컨데 화랑의 맛은 예전에 이자까야에서 흔하게 마셨던 "아빠, 힘내세요" "동그라미" 같은 종이 팩에 들어있는 사케와는 비교도 안 되게 월등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훨씬 더 풍미도 좋고 가성비도 뛰아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오늘 화랑에 대해서 포스팅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우리나라 보급형 청주 중에는 이렇게 가성비도 좋고 품질도 뛰어난 술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한국에는 청주를 즐기는 분들이 많이 없어서 그런 탓인지, 단순하게 화랑이 홍보가 덜 된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술이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분들이 많아서 값 싸고 품질 좋은 청주를 찾으시는 분들께 자신있게 추천해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이건 순전히 제가 만들어낸 음모론인데요, 일본 사케를 메인으로 판매하는 이자까야에 가보면 일품진로나 화요 같은 증류식 소주는 대부분 판매하고 있지만 화랑을 판매하는 경우는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우연히라도 화랑을 주문해서 마셔본 분들은 굳이 일본 사케를 드시지 않고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맛은 대등한 화랑을 더 많이 주문하게 될까 봐, 그래서 매출에 지장을 줄까 걱정되어서 일부러 전략적으로 판매를 안 하시는 게 아닐까라는 아무 근거 없는 혼자만의 생각을 가끔씩 했습니다.
물론 아주 단순하게 화랑을 찾는 수요가 없어서 대부분의 이자까야에서는 판매를 안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진실이 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한 가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저라면 이자까야에 화랑이라는 선택지가 있으면 1초도 고민하지 않고 화랑을 주문할 것이라는 겁니다.
아직도 화랑을 드셔보시지 않으신 분들이나 청주에 입문하시는 분들께서는 꼭 한 번 시음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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