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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 상식 & 정보

타이거밤(Tiger Balm) 이야기

by 쏘니파541 2022.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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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밤의 기원

동남아를 여행할 때 가족, 친구들에게 주려고 가장 흔하게 사오는 선물 중 하나가 타이거밤, 일명 호량이 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타이거밤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근육통 또는 벌레 물려 가려운 곳에 아마도 한 번쯤은 다 사용해봤을 거고, 어느 집을 가더라도 서랍 어딘가를 뒤져보면 꼭 하나씩은 굴러다니는 상비약 중 하나일 텐데요, 오늘은 이 타이거밤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청나라가 중국을 통치하기 시작한 초창기, 호문호(胡文虎)라는 중국 복건성 사람이 아버지를 따라 미얀마 양곤에 가서 약방을 개업하게 되었는데요, 동남아에 위치한 미얀마는 열대기후에 속하다 보니, 날씨가 무덥고, 강수량도 많아 모기나 파리 같은 벌레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호문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약을 연구하고, 민간 약초 조제법을 결합한 끝에 드디어 "호표만금유(虎標萬金油)"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약이 오늘날의 타이거밤(Tiger Balm)입니다.

이 만금유는 아로마테라피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당시 사람들은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습관적으로 모든 통증에 이 약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머리가 아프면 머리에 바르고, 발이 아프면 발에 바르는 식으로 사용했는데 이 약이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니었지만 통증 완화에 조금은 효과가 있어서 널리 사용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전에 제가 알던 지인들 사이에서는 이 타이거밤이 중국에서 만든 약이다, 동남아에서 만든 약이다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던 일이 기억나는데요, 중국인이 최초에 만든 약이니 중국 약이라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미얀마에서 약방을 운영하며 팔기 시작했기 때문에 동남아 지역에도 널리 퍼져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중국에서는 과거 이 약을 만금유(萬金油)라고 불렀었는데, 요즘은 피부에 발랐을 때 드는 시원한 느낌 때문에 청량유(淸凉油)라는 이름을 더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사용 시 청량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용했던 만금유라는 이름을 바꾼 건 아니고요, 다른 재미있는 이유가 있어서인데 그건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반면, 동남아에서는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보통 타이거밤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불리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호랑이 약 또는 호량이 연고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고요. 

 

타이거밤의 성분 및 효능

타이거밤의 주요 성분은 박하뇌, 박하유, 유칼리 유, 장뇌, 정향유 등입니다. 이미 이 성분들은 편두통, 우울감, 어지럼증, 구토 증세 완화 및 지통 작용에 효과가 있다고 현대 과학으로 증명이 되었는데요, 다만 이 성분들은 단독으로 쓰일 때보다 일정한 조제법에 따라 혼합되었을 때 그 효과가 커진다고 합니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사용하고 실험해본 결과, 호문호가 만든 만금유의 조제법이 최적의 방법이라고 하니 그저 그의 신약 개발에 대한 연구와 열정에 감탄만 나올 뿐입니다. 

 

 

또한, 타이거밤은 대부분 피부에 바르는 약으로 알고 있는데, 소량의 경우 먹어도 된다고 합니다. 실험으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소량의 박하유를 복용하게 되면 중추신경을 흥분시키는 작용을 하게 되어, 이는 말초신경에 간접적으로 전달되는데, 피부의 모세혈관을 확장시켜 땀샘 분비를 촉진하고, 열을 분산시켜 해열 작용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장뇌는 위장의 자극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되고, 유칼리 유는 황색포도구균, 백색포도구균 등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고 합니다. 

 

 

만금유는 어떤 뜻으로 사용될까?

앞서 요즘 중국에서는 만금유라는 이름을 잘 사용하지 않고 청량유라는 이름을 대신 더 많이 사용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이는 만금유라는 말이 갖고 있는 부정적인 의미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중국어로 만금유는 뭐든지 다 어느 정도는 할 줄 알지만 그 어떤 것도 뛰어나게 하는 것이 없는 사람을 비유해서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해 보면, 만금유라는 약은 다양한 효능이 있어서 여러 증상에 만병통치약처럼 쓰이고는 있지만, 정작 그 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해주는 약이 아니라 일시적인 통증 완화에 도움을 주는 약이다 보니, 실제로는 그 어떤 질병도 치료하지 못한다라는 이유에서 이런 부정적인 의미가 생겨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결국 만병통치약이란 뒤집어놓고 읽어보면 대부분 무병통치약이니까요.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만금유 이야기는 하나의 교훈을 주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뭐든지 다 할 줄 아는 사람은 반대로 이야기하면 뭐든지 제대로 할 줄 아는 게 없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는 말일 텐데요, 인간의 능력치에도,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물리적 시간에도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에 뭐든지 다 잘한다라는 말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겉보기에만 화려한 스펙을 갖추기 위해 이것저것 어설프게 배워서 이력서만 풍성하게 보이도록 만들기 보다는 뭐가 됐건 자기만의 필살기 하나를 확실하게 갈고 닦는데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을 할애하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라는 혼자만의 짧은 생각을 가져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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