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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 상식 & 정보

딸을 시집 보낼 때 마시는 술 여아홍 (뉘얼홍/女兒紅)

by 쏘니파541 2022.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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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아홍 (뉘얼홍/女兒紅)을 아십니까? 

중국 절강성(浙江省) 소흥시(/绍兴市)에서는 예로부터 딸이 태어나면 술을 담가서 항아리에 담아 땅아 묻어 두었다가, 딸이 시집 갈 때, 그 술을 꺼내 마시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이 풍습은 서기 30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진(晋)나라 때 쓰여진 <남방초목장>이라는 책에도 기록되어 있는데요, 절강성 소흥 지역에서는 부잣집에 딸이 태어나면 딸을 위한 술을 담갔고, 이 술은 그 딸이 시집갈 때 필수 지참품 중 하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이때, 딸이 태어나면 만들어서 땅에 묻어놓는 술을 여아홍(뉘얼홍/女兒紅)이라고 하는데요, 중국어로 뉘얼(여아)는 딸을 의미하고, 홍은 붉은 색을 의미하는데, 중국에서 붉은 색은 길조를 나타내는 색깔이기에, 중국인들은 붉은 색이 부귀와 행운을 가져온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붙여진 이름이 여아홍입니다.  

 

 

사진의 왼쪽에 있는 술이 여아홍이고 오른쪽에 있는 술은 장원홍(쫭위엔홍/状元紅)입니다. 

여아홍과 장원홍은 모두 소흥주로 분류되기에 같은 종류의 술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만 그 이름에서 눈치채셨겠지만 장원홍은 아들이 태어나면 만들어서 땅에 묻어뒀다가, 아들이 장원급제하면 꺼내서 마시는 술이라고 합니다. 

 

소흥주도 고량주인가요? 

우리가 흔히 빼갈(白干)이라고 부르는 중국 술을 중국에선 대부분 백주(바이주/白酒)라고 부르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고량주(高粱酒)라는 이름을 더 흔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고량(高粱)은 중국어로 수수를 뜻하는 말인데요, 사실 고량주는 백주의 한 종류로, 백주란 중국식 증류주를 뜻하는 말입니다. 중국식 증류주는 색깔이 투명하고 맑아 백주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이고요, 백주는 주원료로 다양한 곡물을 사용하는데 그 중 주로 수수를 발효시켜 증류한 술을 고량주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중국의 고급주인 모태주(마오타이/茅台), 수정방(水井坊), 오량액(五粮液) 등은 물론, 흔히 중식당에서 마시는 공부가주(孔府家酒), 연태고량주(烟台姑娘:정확한 명칭은 연태고양)도 모두 백주에 속합니다.  

 

중국의 대표적인 명주 수정방, 랑주

하지만 여아홍이나 장원홍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소흥주라고 했는데요, 이 소흥주는 백주가 아니라 황주(黄酒)라고 부릅니다. 황주는 증류주가 아닌 발효주인데요, 그 색깔이 누런빛을 띄고 있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여기서 잠깐, 이해를 돕기 위해 증류주와 발효주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모든 술은 효모를 발효시켜 주정을 생성하는 것이 기본 제조 원리인데, 이 발효 과정만 거쳐서 만든 술을 발효주, 발효주를 증류(액체를 고온에 끓여서 기체화한 후 냉각시켜 다시 액체로 만듦) 한 것을 증류주라고 합니다.

*대표적인 발효주: 맥주, 막걸리, 와인, 청주

*대표적인 증류주: 위스키, 브랜디, 소주, 백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소흥주는 찹쌀을 주 원료로 하여 만든 발효주로 그 맛이 백주와는 상이합니다. 또한 일반적인 증류주와 발효주의 차이처럼 알콜 도수에서도 차이가 나는데요, 대부분 백주의 알콜 함량이 38도 이상인데 반해, 소흥주는 15~25도 정도로 그 도수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여아홍은 출산 선물로 어떨까요?

물론 위에서 얘기했던 풍습은 우리나라와는 크게 상관이 없는 이야기이지만, 저도 딸아이를 키우는 한 아버지의 입장으로서 딸이 태어난 해에 여아홍을 한 병 사서 집안 장식장에 고이 모셔놓고, 딸아이가 커서 부귀와 행복을 누리고, 좋은 배필을 만나기를 염원했었는데요(아직 현재 진행형입니다), 자녀의 성공과 행복을 기원하는 부모의 마음은 세계 각국의 풍습을 떠나서 똑같은 심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주변에 가족이나 지인 중에 누군가가 출산을 한다면 여아홍 또는 장원홍을 사서 출산 선물로 주는 것도 좋은 의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취지에서 이 글을 써봤습니다. 

특히, 그 술을 선물 받을 당사자가 주당이라면 일석이조의 선물이 될 테고요, 자녀의 성공과 행복을 기원하는 심정으로 바라볼 수 있는 무언가가 집안에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작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혹시라도 이런 마음을 담아 이 여아홍, 장원홍을 누군가에게 선물하시고 싶은 분들이 계시다면, 중국이나 대만, 홍콩을 여행하실 때 구매해서 뜻 깊은 선물을 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봅니다.

 

사족으로 이 술잔은 정배(鼎杯)라고 부르는데요, 鼎 이 한자의 모양만 봐도 저 술잔과 많이 닮아 보이죠? 

삼국지를 읽다 보면 위,촉, 오 이렇게 삼국으로 정립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이 정립(鼎立)이라는 말이 저 술잔처럼 세 개의 다리로 서 있다는 뜻입니다. 

왜 갑자기 난데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언젠가 딸아이가 결혼하고, 저랑 와이프 둘만 집에 앉아 그동안 모셔두었던 여아홍을 꺼내 저 잔에 따라 마시는 장면이 불현듯 떠올라서 애써 다른 이야기가 하고 싶었나 봅니다. 

그런데, 이 울컥하는 순간에도 저 술잔에 따라 마시면 왠지 더 술맛이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은 차마 떨쳐버릴 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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