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로 무좀은 홍콩발(香港脚)
오늘날 많은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홍콩이라는 매력적인 도시를 떠올리면 어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처럼 황홀경이라는 말로도 수식하기 부족한, 끝없이 펼쳐진 마천루의 멋드러진 야경을 제일 먼저 떠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한 이 멋진 야경은 지금의 홍콩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직관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도시 중 하나인 홍콩이, 그 홍콩 사람들의 발이 무좀의 대명사가 되었을까요?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때는 1842년 8월, 제 1차 아편전쟁에서 패한 청나라가 영국과 난징조약을 체결하면서 홍콩은 영국의 조차지가 되었고, 영국은 새롭게 얻은 조차지인 홍콩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 매년 본국에서 군대를 파견했습니다.
그러던 한 해 여름, 영국 본토에서 파견된 한 부대가 홍콩에 도착한 후, 어떤 이유에서인지 몰라도 바로 하선하여 군영에 주둔하지 못하고 좁고 통풍이 잘 되지 않는 군함 내 객실에서 당분간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홍콩의 날씨는 무덥고 습한 탓에, 며칠 지나지 않아서 하루종일 긴 군화를 신고 근무해야 했던 일부 병사들의 발에서 작은 수포가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병사들은 그 수포가 빨갛게 붓거나, 고름이 생기기도 했고, 너무 가려워서 참지 못할 지경이었습니다.
당시 유럽의 의사들은 이런 괴상한 질병을 본 적이 없었는데요, 홍콩에 와서 이런 유행병이 생긴 탓에 이를 홍콩발 즉, 샹깡쟈오(香港脚:xianggangjiao)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무덥고 습한 날씨의 대만에서도 무좀은 흔히 발병하는 피부병 중 하나인데요, 자료에 따르면 대만에서도 무좀에 걸리는 사람의 수는 상당히 많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대만발이 아니라 홍콩발이 되었을까요?
이는 단순하게 영국군이 먼저 무좀을 홍콩발이라고 부르기 시작하였고, 후에 서양의학이 대만에 전해지면서 자연스럽게 무좀은 대만발이 아닌 홍콩발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한때 홍콩이 전세계적으로 공인된 무좀 발병률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알려지면서 자연스럽게 무좀을 홍콩발이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저는 개인적으로 조금 더 드라마틱한 사연을 좋아하는지라 앞에서 이야기한 설이 더 가슴에 와닿는 것 같습니다.
영어와 일본어로 무좀은 뭐라고 할까?
우선 영어로 무좀은 athlete's foot, 즉 운동 선수 발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홍콩발의 유래와 유사한 맥락이 아닐까 싶습니다, 장시간 땀 흘리며 운동하는 선수들의 라커룸이 무좀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었고, 과거에는 통기성이 좋은 신발을 신었던 게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운동선수들이 무좀에 많이 걸린 탓이 아닐까라고 유추해 봅니다.
athlete's foot이라는 말은 1928년 미국의 <리터러리 다이제스트(Literary Digest)>에서 처음 인용한 후 대중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일본어로 무좀은 미즈무시(みずむし [水虫]) 라고 부르는데요, 말 그대로 물벌레라는 의미입니다.
참고로 이 단어는 물벌레 또는 물벌렛과 곤충의 총칭으로도 쓰이고 무좀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습한 환경에 자주 노출되다 보면 무좀에 걸릴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으니까 어떻게 보면 이 역시도 같은 맥락에서 생겨난 단어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무좀이라는 단어가 주는 불쾌감 때문에 이 포스팅을 올릴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한 번쯤 재미로 읽기에는 괜찮은 소재인 것 같아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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