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매번 제주에 갈 때마다 꼭 먹는 음식 중 하나가 고기국수입니다. 제주의 물가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먹기도 좋을 뿐더러 고기국수는 타지방에서는 좀처럼 맛보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부산 동래에도 고기국수로 유명한 집이 있어서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함께 점심 먹으러 동래고기국수에 가봤습니다.
동래고기국수는 지하철 4호선 수안역 5번 출구에서 가깝습니다. 일요일은 정기휴일이고 영업시간은 11:00부터 20:00까지이고, 브레이크 타임은 15:00부터 16:00까지입니다.
동래고기국수의 외관입니다. 자세히 보니 그냥 동래고기국수가 아니라 李동래고기국수가 정확한 상호였네요.
외관에서부터 뭔가 맛있을 것 같다는 기대를 갖게 만드는 곳입니다. 2019년 봄에 마지막으로 제주에 간 후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제주에는 꽤 오랫동안 못 갔으니 고기국수도 상당히 오랜만에 먹으러 오는 것 같습니다.
식사 메뉴로 고기국수만 판매하는 줄 알았더니 국밥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하절기에는 냉고기 국수도 판매한다고 쓰여 있는데 개인적으로 찬물에 빠진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서 딱히 끌리지는 않지만, 나중에 블로그를 하다가 소재가 다 떨어지면 저것도 한 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벽면 가득 포스트잇이 붙어 있어서 약간 분식집 감성이 느껴져서 그런지 어쨌든 이런 분위기가 반갑게 느껴집니다.
한쪽 벽면에는 한라산 소주가 나란히 진열되어 있는데, 평소에 저는 소주를 즐기지는 않는 편이지만 오랜만에 한라산을 보니 반가움 마음이 먼저 듭니다.
메뉴는 고기국수와 국밥 그리고 돔베순대, 돔베수육으로 비교적 간단하지만 국물이 여러 종류라 나름 선택의 폭은 넓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셋 다 사골 고기국수를 택했는데요, 동행한 일행들에게 블로그 포스팅을 위해서 다른 걸 주문해보라고 적극 권유해봤지만 셋 다 먹을 것 앞에서는 항상 강경한 자세를 취하는 사람들이라 그냥 포기하고 같은 걸로 주문했습니다.
저도 이날따라 이상하게 사골 고기국수 말고 다른 건 땡기지가 않아서 오랜만에 주문 통일의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그리고 추가로 돔베수육과 돔베순대 작은 것도 하나씩 주문했습니다.
이렇게 주문했더니 직원분이 커플세트에 사골 고기국수를 하나 추가하는 게 더 저렴하다고 말씀해주셔서 그렇게 변경했습니다. 결혼한 이후로 커플세트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관계로 세트로 주문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이제 커플이라는 말이 저한테는 너무 낯설게만 느껴집니다. 그래서 여태 커플세트도 애써 외면하고 있었나 봅니다.
가게 벽면에 냉고기국수에 대한 소개가 나와 있습니다. 내년 여름에는 꼭 한 번 도전해보리라 생각하며 그때까지는 블로그 포스팅이 아무리 힘들어도 어떻게든 버텨내서 기필코 저 냉고기국수를 포스팅하겠노라고 속으로 다짐 또 다짐해봅니다.
그러다가 문득 진작에 이런 집념으로 공부를 했으면 서울대를 가고도 남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어 기본찬이 나올때까지 잠시나마 반성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밑반찬이 먼저 나왔습니다. 수육과 순대를 찍어먹을 양념 2종류와 양파 초절임, 그리고 깍두기와 배추김치가 나왔습니다. 요즘 물가가 워낙에 높다보니 김치를 안 주는 식당도 제법 많은데 일단 김치를 보니, 그것도 국내산으로 보이는 김치를 보니 고기국수가 더 기대됩니다.
돔베수육과 돔베순대가 먼저 나왔습니다. 돔베수육은 제주에서 흔하게 먹던 것과는 다르게 겉면을 살짝 태운 것 같습니다. 흡사 그 모습이 차슈에 더 가까워 보입니다. 속이 꽉 찬 돔베순대는 겉면을 살짝 튀긴 것 같은데, 겉은 바싹하고 속은 부드러운데 같이 내어진 마늘소스와 너무 잘 어울려서 이 순대는 뭔데 이렇게 맛있지 하며 먹다가 한 도마 더 주문합니다.
나중에 추가 주문한 건 따로 사진을 안 찍었는데, 돔베수육이 맛이 없었던 게 아니라 돔베순대가 압도적으로 맛있어서 국수를 먹기 전에 다들 순대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기 바빴습니다.
드디어 메인 메뉴인 사골 고기국수가 나왔습니다. 면은 적당히 잘 익었고, 생각보다 고기도 푸짐하게 들어가 있습니다. 사골 육수는 느끼하지 않고 적당하게 구수한 것이 부담없이 먹기 좋습니다.
고기국수를 먹을 때마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제주도가 지리적으로 한반도와 일본 사이에 위치해 있는 까닭에서인지, 고기국수는 일본 라멘과 한국 잔치국수의 딱 중간 형태를 띄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맛평가로 돌아가서, 제주에서 먹었던 고기국수 맛이 시간이 좀 흐른 탓에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났지만, 이날 먹은 동래고기국수는 뭔가 살짝 부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부족한 점이 단순히 제주도가 아니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맛에서 살짝 차이가 나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제주가 아닌 부산에서 고기국수가 먹고 싶어진다면 저는 여기 동래고기국수로 또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고기국수와 함께 돔베순대를 잊지 않고 꼭 주문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건 잘 기억 못해도 맛있는 건 항상 몸이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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