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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 카페

부산 연산동 골목 속에 숨은 진주 같은 이자까야 시라가(백발)

by 쏘니파541 2022.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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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연산동에는 골목 깊숙한 곳에 숨어 있어서 지나가다 얼핏 봐서는 저런 곳에 과연 식당이나 술집이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게 만드는 장소에 자리 잡은 숨은 진주 같은 이자까야가 하나 있습니다. 

시라가(백발/白髮)라는 이름의 이 아자까야는 아직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고 멋드러진 백발을 갖고 계신 사장님을 뵙는 순간 왜 상호를 이렇게 지었는지 바로 이해가 됩니다. 저도 궁금해서 혹시 일부러 백발로 염색하신 건 아닌지 여쭤본 적이 있는데 그런 건 아니고 어릴 때부터 유독 새치가 많았는데 마흔을 넘기면서 거의 백발로 뒤덮일 정도가 됐다고 하시네요. 

 

시라가는 현재 사장님의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서 1주일에 4일만 영업을 하신다고 하는데요, 월,수,금,토요일만 영업을 하니까 방문 전에는 전화로 미리 예약을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또 예약은 당일 예약만 가능하다고 하니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시라가의 정확한 위치는 지하철 연산역 12번 출구를 나와서 잠시 걸어가다 보면 보이는 별다방을 지나서 이런 간판을 만나게 되면 그 골목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거의 골목 끝까지 들어가보면 이렇게 생긴 가게가 보입니다. 골목을 걸어가면서도 간판도 불빛도 잘 안 보이기 때문에 내가 맞게 찾아온 건가 라는 의구심이 계속 들지만, 네, 맞습니다, 그런 의구심이 든다면 맞게 찾아오신 겁니다.  

저는 여기 시라가에 올 때마다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이 계속 떠오릅니다, 현실 속 심야식당은 이런 모습이 아닐까 늘 혼자 생각해 봅니다.

 

시라가는 바형태로 된 테이블에 좌석은 10석 정도 있습니다. 아기자기하고 조용한 분위기와 은은한 조명, 그리고 세상과 동떨어진 듯한 골목에 위치한 때문인지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이미 살짝 취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일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인테리어에 각종 사케잔과 접시, 술병 등이 더해져서 잠깐 일본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메뉴는 대략 이렇습니다. 우선 손글씨로 쓴 메뉴판이 정감가네요.

시라가는 몇 년 전부터 계속 단골로 왔던 곳인데, 대표 메뉴는 크게 변화가 없지만, 식자재 공수에 따라 조금씩 구성이 바뀌는 것 같습니다.

주류는 일본 사케가 메인이고 일품진로, 화요 및 일본 맥주를 판매하고 있고, 소주는 판매하지 않으니까, 술은 무조건 소주 한 놈만 팬다는 분들은 방문 여부를 결정하시기 전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기본세팅입니다. 간단한 샐러드와 가지 볶음, 그리고 참치 샐러드가 내어졌는데, 참치 샐러드는 제가 오랜만에 방문해서 서비스로 주시는 거라고 합니다. 

시라가는 예전에 친구들, 지인들 데리고 정말 자주 방문했던 곳이지만, 코로나 이후로 발길이 뜸해졌었는데, 오랜만에 왔다고 서비스부터 내어주시니 이래서 단골집을 만들어야 하나 보다 싶습니다.     

 

술은 사장님 추천으로 야마가타 마사무네 쥰마이(60,000원)로 주문했습니다. 사케를 좋아해서 자주 마시는 편이지만 아직은 사케를 잘 모르기 때문에 뭘 마셔야할지 고민될 때는 사장님께 추천을 받는 편인데 탁월한 추천입니다.

청주 특유의 산뜻한 향도 좋고 단맛도 적절하게 나는 것이 회나 일식과 먹기에 궁합이 좋은 것 같습니다. 

 

오픈한 술은 사장님께서 도쿠리에 따라주신 후 차갑게 마실 수 있도록 얼음 양동이에 넣어주십니다. 

 

먼저 예약할 때 미리 주문해놓은 모듬 사시미가 나왔습니다.

광어, 고등어, 전어, 오징어, 전복, 골뱅이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모듬 사시미의 구성은 당일 수급되는 재료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며, 숙성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횟감의 찰진 식감도 너무 좋고, 비린맛 없이 잘 손질되어서 술이 그냥 술술 넘어갑니다.  

 

먹다보니 사장님께서 또 서비스를 내어주십니다. 자주 오라는 무언의 압박이 아닐까 싶지만 이런 압박은 아무리 받아도 항상 기분이 좋아집니다. 회사에서도 열심히 일하라며 생각지도 않았던 보너스를 자꾸 주면서 압박하면 어떨까 라는 헛된 망상에 잠시 빠져 봅니다. 

아나고와 오징어 튀김인데, 튀김 정도가 딱 알맞아서 너무 부드럽습니다. 소금에 찍어 먹어도, 유자 폰즈를 올려서 먹어도 맛있습니다. 

 

이건 저희가 주문한 규스지 니꼬미입니다. 국물도 시원하고 스지도 저 겨자 소스를 찍어 먹으니 고소하니 맛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씬스틸러는 푹 삶긴 무인데요, 저게 뭐라고 왜 이렇게 맛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시라가에 오면 꼭 주문하는 제 최애 메뉴는 안키모입니다. 아귀간은 바다의 푸아그라라고 불리는 진미인데요, 그 크리미하고 고소한 풍미에 한 번 빠지면 정말 헤어나올 수가 없습니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음식이라 같이 간 일행에게 물어봤더니 흔쾌히 도전해보겠다고 해서 주문하려고 했는데 이날은 아귀간이 수급이 안 돼서 주문이 안 된다고 하네요.

혹시 시라가를 방문하실 분들이 계신다면 안키모는 꼭 한 번 드셔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이건 지난번에 방문했을 때 마셨던 오미네 3GRAIN 나츠준 카스미 나마입니다. 

병 모양도 다른 사케처럼 화려하지 않고 밥알 세 개만 딸랑 그려져 있어서 이건 또 뭐야 하면서 마셨었는데 몇 달이 지나도 자꾸 생각날 정도로 너무 맛있어서 이 날도 사실은 이걸 주문하려고 했지만 품절이라고 해서 아쉽게도 못 마시고 왔습니다.

혹시라도 시라가에 방문하실 분들은 술 주문하실 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시라가에만 가면 항상 맛있게 먹고 딱 기분 좋을 정도로만 취해서 오는 것 같습니다.

나만의 심야식당 혹은 비밀 아지트 같은 술집을 찾으시는 분들께 부산 연산동의 진짜 숨은 맛집 시라가를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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