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탕, 생우럭탕이 생각날 땐 남경회초밥
부산역 앞에는 기차를 타고 부산을 방문하는 관광객들과 부산역 주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을 상대로 영업하는 식당들이 성업하고 있는데요,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관광객들이 줄을 서서 식사하는 곳과 인근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식당이 완전히 다르다는 겁니다.
인근 직장인들은 짧은 점심 시간 내에 식사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길게 줄을 서야 할 여유가 없어서일 수도 있지만 현지인 입맛 기준으로 부산역 앞에서 유명하다는 돼지국밥집, 밀면집은 도저히 왜 줄을 서서 식사를 하는지 이해가 안 되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오늘 제가 소개해드릴 곳은 부산역 인근 직장인들이라면 대부분 다 알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로컬 찐맛집입니다.
남경회초밥은 부산역 인근에서 시원한 생태탕, 생우럭탕, 알탕이 생각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식당인데요, 정갈하고 푸짐한 기본찬도 맛있지만, 생선탕 자체가 기가 막히게 맛있는 곳이라 인근 직장인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남경회초밥은 일요일이 정기 휴일이고 영업 시간은 10:30부터 21:00까지입니다. 혹시라도 점심 시간에 방문하신다면 꼭 미리 예약하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우선 남경회초밥의 외관입니다. 정확하게 얼마나 오랫동안 부산역 근처에서 영업하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듣기로는 최소 20-30년은 넘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부로 들어가보면 오랜 업력을 가진 전형적인 일식당의 모습입니다. 홀에는 테이블이 4-5개 정도 있고, 방에도 좌식 테이블이 제법 많이 있습니다. 이곳은 점심에는 생선탕, 알탕 위주로 식사를 하시는 분들이 많고, 저녁에는 생선회에 술 한 잔 하시는 분들도 항상 붐비는 곳입니다.
메뉴는 크게 생선회와 초밥, 탕류로 나뉘는데 저는 이 집에서 회정식이나 회비빔밥, 초밥도 먹어 봤지만 역시 생태탕이나 생우럭탕이 가장 맛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씩 겨울에는 계절 메뉴인 물메기탕이나 생대구탕을 먹기도 하는데 기본적으로 생선탕 맛을 아주 잘 내는 식당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얼큰 시원한 알탕도 이곳의 인기 메뉴 중 하나입니다.
생우럭 맑은탕과 매운탕
저희는 생우럭탕을 매운탕과 맑은탕으로 각각 주문했는데요, 저는 예전에는 생선탕을 무조건 매운탕으로 먹었었는데 지금은 양념맛보다는 생선 본연의 맛에 집중할 수 있는 맑은탕을 더 선호합니다.
일단 자리에 앉으면 바로 따뜻한 물수건이 내어지는데, 이런 사소한 서비스는 별거 아니지만 왠지 대접받는 기분이 들게 해줘서 항상 작은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주문을 마치고 잠시 기다리면 바로 기본찬이 내어집니다. 기본찬은 매일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큰틀에서는 거의 비슷한 것 같습니다.
겉절이와 파김치, 고추 절임, 어묵 볶음, 메추리알 장조림, 나물 무침, 고구마 튀김 등이 내어졌고 겉절이와 파김치는 먹기 좋게 가위로 잘라 주십니다.
그리고 구운 생선 한 마리가 기본찬으로 나오는데 예전에는 주로 꽁치가 나왔었는데 이 날은 고등어가 나왔습니다.
잠시 기본찬을 놓고 사진을 찍고 있으니 바로 메인인 생우럭탕이 나왔습니다.
먼저 일행이 주문한 생우럭 매운탕입니다. 무와 두부를 넉넉히 넣고 얼큰하게 끓인 매운탕인데 보고만 있어도 저절로 해장이 될 것처럼 얼큰 시원해 보입니다.
그리고 제가 주문한 생우럭 맑은탕입니다. 아직도 경상도 지역에서는 맑은탕보다는 지리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쓰는데요 지리는 ちり(생선, 두부, 야채 등을 냄비에 끓여서 초간장에 찍어 먹는 요리)라는 일본어이기 때문에 맑은탕이라는 말로 순화해서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쨌든 역시 생우럭과 두부, 무, 파를 넣고 끓였는데 국물이 아주 진해 보입니다. 맑은탕을 먹을 때는 식초를 조금 넣어주면 생선의 비린맛도 잡아주고 풍미도 더 살아나기 때문에 저도 식초를 조금 넣고 먹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국물은 맑은탕이라는 이름과는 다르게 진하게 우려나와서 살짝 탁한 느낌인데, 한 입 마셔보면 국물 맛이 아주 진하면서도 시원해서 숙취가 있는 다음 날 속풀이에 이만한 게 또 있을까 싶습니다.
우럭 한 마리가 거의 통으로 들어갔는지 건더기를 살짝 들어올려 보니 큼지막한 우럭이 몇 덩어리나 들어가 있습니다. 우럭이라는 생선 자체가 살이 쫄깃하고 탱탱한데 생우럭을 사용해서 그런지 싱싱하면서도 탱글탱글한 그 특유의 식감이 잘 살아있어서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면 흡입하게 되었습니다.
간간이 건져먹는 두부와 무도 간이 잘 배어서 먹는 재미가 제법 쏠쏠합니다.
생우럭탕에 밥 한 공기, 그리고 생선구이까지 다 먹어치우고 나니 속이 더부룩한 느낌 없이 아주 든든해졌습니다.
제 1의 항구 도시라고 하는 부산에도 사실 생우럭탕을 판매하는 곳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아무리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이 돼지국밥, 밀면이라는 공식이 이미 오래전부터 세워졌다고 하더라도 다음에 기차를 타고 부산을 방문하실 때면 시원함의 끝판왕인 생태탕이나 생우럭탕도 한 번 드셔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맛집 & 카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래 돈까스 맛집 원카츠 (23) | 2023.04.07 |
---|---|
온천장에 목욕 갈 때는 동운반점 or 소문난손칼국수 (48) | 2023.04.05 |
얼큰한 국물이 끝내주는 연남물갈비 동래점 (28) | 2023.04.02 |
프리미엄 생식빵 화이트리에 (33) | 2023.04.01 |
사직동의 밀면 맛집 면채움 (37) | 2023.03.3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