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는 전포 카페거리에 이어서 몇 년 전부터 새로운 맛집들과 분위기 좋은 카페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더니 어느새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된 해리단길이 있습니다.
해리단길은 해운대 구남로에서 큰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올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조용한 분위기를 즐기려는 분들이 많이 찾고 있는 곳입니다.
해리단길에는 이미 꽤나 유명세를 탄 많은 맛집들이 생겨났는데요, 오늘 소개해드릴 카가와식당은 해리단길 초입에 위치한 식당으로 해리단길 외에도 전포동, 광안리, 기장 롯데월드점까지 4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지레짐작으로 서울에서 시작한 프렌차이즈가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매장이 전부 부산에만 있는 걸로 봐서는 부산에서 시작한 식당인 것 같습니다.
카가와식당은 정기휴일은 없으며, 영업시간은 11:30부터 20:20까지입니다. 브레이크 타임은 15:30-17:00까지이니 방문하실 분들은 영업시간을 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카가와식당의 주메뉴는 일본식 카레인데요, 해리단길로 들어가는 입구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주문은 식당 출입구 앞에 있는 키오스크를 통해서 하시면 되고, 좌석은 전부 바 형태로 되어 있습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손님들로 꽉 차있어서 다른 분들 식사하시는데 방해될까 봐 매장 사진을 찍지는 못하고 제 앞자리만 소심하게 찍어봤습니다. 일본식 카레를 판매하는 곳이라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마치 일본 어딘가를 여행하다가 식사를 하러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전체적인 분위기는 일본적 색채가 강했습니다.
이건 제가 주문한 카가와 치킨 가라아게 카레 (14,000원)입니다. 밥 위에 올려진 다진 고기 볶음과 달걀 노른자만 비벼도 맛있을 것 같은데 아래 있는 카레까지 슥삭 비벼서 먹으니, 평소에 카레를 좋아하지 않는 제 입맛에도 이건 도저히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닭다리살을 튀겨서 만든 치킨 가라아게도 겉바속촉의 정석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가라아게의 크기도 커서 두 개 정도 먹었더니 이게 보기보다 양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건 일행이 주문한 밀푀유카츠 카레(13,000원)입니다. 얇게 썬 돼지고기를 말아서 튀긴 건데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워 보이지만 가라아게랑 한 점씩 바꿔서 맛을 보니 고기도 너무 부드럽고 튀김옷도 바싹하고 카레와의 궁합도 너무 잘 맞습니다.
그리고 참고로 위의 사진에는 다진 고기가 빠져있는데요, 다진 고기가 들어간 메뉴는 앞에 카가와라는 이름이 붙어서 카가와 밀푀유카츠 카레라고 부르고, 다진 고기가 빠진 메뉴는 그냥 밀푀유카츠 카레인데 카가와 메뉴보다 가격이 1,000원 저렴합니다.
이건 또 다른 일행이 주문한 카가와 통삼겹 카레(14,000원)입니다.
이 친구는 다른 사람이 자기가 주문한 음식에 손 대는 걸 한일전에서 일본에게 지는 것보다 더 싫어하는 친구라 감히 맛이라도 보자는 말조차 꺼내지 못했습니다.
여하튼 평화로운 식사가 끝난 뒤 살짝 물어봤더니, 삼겹살 육즙도 살아있고 불맛도 적당히 나서 맛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재미있었던 게 카레와 밥을 떠먹기 좋으라고 이렇게 요상하게 생긴 숟가락을 주십니다.
저는 처음에 이 숟가락을 보고 좌우 대칭이 안 맞길래 식기 세척기에서 큰 사고라도 당했나보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일본에서는 원래 카레를 먹을 때 저런 숟가락을 준다고 옆에 있는 일행이 아는 척을 합니다.
사실 저는 평소 카레를 좋아하지 않는 탓에, 일본을 여행하며 단 한 번도 카레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 저 숟가락의 출생 비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과연 사용해보니 다 나름 이유가 있어서 저렇게 해놓았나 봅니다.
개인적으로 카가와식당은 제가 결혼 이후 갖고 있었던 카레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한 번에 뒤집어놓은 맛집입니다.
유독 카레를 만들 때만 손이 큰 와이프를 만나 결혼 후 매달 거의 한 달의 절반을 카레만 먹으며 지내야했던 저는 약 3년간 인고의 세월을 버틴 후 카레와는 공식적인 절교를 선언했었는데요, 그런 이유로 카레라면 질색팔색하던 제가 미심쩍은 마음을 안고 들어선 이 카가와식당에서 너무 맛있다며 접시를 긁는 소리가 들릴 정도록 싹싹 긁어먹었다면 왠만한 분들이 드시면 다 맛있다고 느끼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시 과유불급이라고 뭐든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고 하더니, 사실은 제가 카레를 싫어했던 게 아니라 그냥 똑같은 음식을 계속 먹는 게 싫었던 것 뿐이었나 봅니다.
생각이 거기에 닿자 지금은 은퇴한 일본의 전설적인 야구 선수 스즈키 이치로에게 갑작스러운 존경을 표하게 됩니다.
이치로는 현역 시절 체중 관리를 위해 항상 똑같은 식단을 고수했는데 매일 아침 아내가 만든 카레를 먹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치로가 선수로서 만든 화려한 성적표보다 현역 시절 내내 카레를 먹었다는 그 사실이 더 존경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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