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의 스토리를 담은 한식 면요리집 금신전선 상유십이(今臣戰船, 尙有十二)
얼마 전 광안리에 나들이 갔다가 저녁을 먹으러 미리 찜해 뒀던 식당을 찾아 가던 길에 우연히 발견하고는 궁금증에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방문했다가 대만족하고 나온 식당이 있어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광안리 지하철역에서 바닷가로 가는 골목 어딘가에 위차한 금신전선 상유십이는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여태 본 적 없는 독특한 테마로 운영하는 자가제면 한식 면요리집인데요, 이 식당의 테마가 무려 충무공 이순신 장군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식사를 하다 보면 흡사 거북선 안에 앉아 밥을 먹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게다가 식당 이름부터 금신전선 상유십이(今臣戰船 尙有十二), 즉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사옵니다"이니 보니 그 이름에서부터 뭔가 알 수 없는 비장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금신전선 상유십이는 매주 수요일이 정기 휴일이고요, 영업 시간은 11:00부터 20:30까지이며, 브레이크 타임은 15:00부터 18:00까지입니다. 방문 전 휴일과 영업 시간 잘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금신전선 상유십이의 이모저모
1. 거북선 모양의 외관
일단 금신전선 상유십이의 외관은 거북선의 모습을 그대로 본뜬 것 같습니다. 인적마저 드문 한적한 골목길에 떡하니 이런 모습의 식당이 버티고 서있는데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했다 하더라도 저처럼 궁금증에라도 들어가지 않고서는 도저히 배길 수 없는 모습의 식당 외관입니다.
게다가 가게 앞에 놓여 있는 배너를 읽어 보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스토리를 담은 자가제면 한식 면요리집이라고 쓰여 있고 금상까지 수상했다고 하는데 이걸 보고 그냥 지나칠 호사가나 미식가가 어디 있겠습니까?
2. 재미있는 인테리어의 실내
실내로 들어와 보면 독특하고 재미있는 인테리어 때문에 또 한 번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옵니다. 얼핏 보면 흔히 보는 라멘집이나 이자카야 같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확실히 뭔가 분위기가 달라 보입니다.
우선 식당 출입구 맞은편에 걸려 있는 이순신 장군의 초상화와 긴 칼 두 자루를 보는 순간 잠시나마 라멘집, 이자카야를 떠올렸던 제 자신이 괜히 부끄러워집니다.
"삼척세천 산하동색, 일휘소탕 혈염산하(三尺誓天 山河動色, 日揮掃蕩 血染山河)" 석자 되는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과 물이 떨고,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강산을 물들인다.
이를 글귀를 보고도 감히 엉뚱한 생각을 했다니 자칫 제 속마을 들켰더라면 강산을 물들인 피가 내 피가 될 수도 있었겠구나라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듭니다.
식당 구석구석에는 재미있는 소품이나 그림들로 가득한 것 같습니다. 구경을 하다 보면 식사를 기다리는 시간이 지겹지 않게 느껴집니다.
3. 특색 있는 메뉴
금신전선 상유십이는 충무공을 테마로 한만큼 메뉴 이름도 아주 독특합니다. 메인 메뉴는 3가지가 있는데 이순신 장군이 대승을 이끈 해전의 이름과 진법을 따서 메뉴 이름을 지었습니다.
한산 학익진, 명량 일자진, 노량 첨자진이 3가지 메뉴의 이름이고, 가격은 다 동일하게 12,000원입니다.
주문은 테이블 위에 놓인 터치패드를 통해서 하시면 되고, 카드로 결제할 경우 주문 후 바로 결제까지 가능합니다.
제가 방문한 날은 노량 첨자진은 품절이라 저희는 한산 학익진과 명량 일자진을 각각 주문했습니다.
한산 학익진
한산 학익진은 육개장면인데요, 왜 그 이름이 학익진인지는 메뉴가 서빙되는 순간 바로 무릎을 탁 치며 알아차리게 됩니다.
커다란 방짜유기에 담겨나오는 한산 학익진은 육개장 국물과 그 가운데를 수놓고 있는 노란 달걀 지단에서 눈길을 돌려 가장자리를 바라보면 얇게 썬 소고기가 면기의 절반 정도를 동그랗게 둘러싸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소고기가 면기 가장자리를 따라 놓여진 모습이 바로 학익진을 떠오르게 합니다.
여기서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스토리를 테마로 식당을 운영하는 것을 생각해내신 것도 대단하지만, 메뉴 구성과 이름을 놓고 얼마나 고심하셨을지가 느껴집니다.
한산 학익진은 육개장 국물이지만 제가 평소에 알던 육개장보다는 매운맛이 조금 강한 편이었고, 자가제면이라 면발은 아주 쫄깃하면서도 단단한 느낌이라 먹는 내내 식감이 참 좋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가장자리를 둘러싼 소고기 수육도 꽤 넉넉했는데요, 잡내 하나 없이 잘 삶겨진 소고기 수육은 너무 부드러워서 입에 넣으면 그냥 사르르 녹아 없지는 것 같았습니다.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먹다 보면 면도 꽤 많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국물이 너무 얼큰하고 맛있어서 아무리 배가 불러도 밥을 말지 않고서는 도무지 견딜 수가 없어 공기밥을 주문하려고 봤는데 공기밥은 무료입니다.
그것도 그냥 공기밥도 아니고 건강을 생각해서 지은 강황밥인데 무료로 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명량 일자진
명량 일자진은 맑은 나주식 곰탕 국물을 베이스로 한 면요리인데요, 이 역시 소고기 수육이 면기 가운데 나란히 일자로 놓여 있어서 명량 일자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음을 쉽게 유추할 수 있습니다.
명량 일자진은 국물이 맑아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간은 딱 맞게 잘 맞춰져 있고, 한산 학익진과 같은 면을 사용해서인지 역시 면발이 쫄깃하고 단단한 탄력이 느껴집니다.
명량 일자진을 주문한 와이프는 국물도 너무 맛있지만 소고기 수육이 너무 맛있다며 연신 칭찬을 했는데, 저도 한 점 집어 먹어보니 한산 학익진과 같은 부위의 고기를 사용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밑반찬이 많지는 않지만 아주 정갈하게 담겨 나오는데 사실 면요리가 너무 맛있어서 딱히 다른 반찬이 필요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찬 하나 하나도 아주 맛깔스러워서 저절로 젓가락이 가게 되었습니다.
칼칼하고 묵직한 면요리를 원한다면 한산 학익진을 슴슴하고 담백한 면요리를 원한다면 명량 일자진을 주문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아무리 테마를 갖고 있는 식당이라고 해도 면요리 하나가 12,000원이라고 하면 너무 비싸다고 느끼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었고 오히려 음식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만족스러운 식사였습니다.
부산에서 재미있는 테마의 식당을 찾으시는 분들이나 새로운 면요리를 찾고 계신 분들께 정말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식당인데요, 이곳은 그럴싸한 테마나 겉모양만 화려하게 해놓고 정작 맛은 그저 그런 식당이 절대 아니고 다음에 일부러라도 꼭 다시 찾아가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곳이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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