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밥상이 떠오르는 부산역 문출래 된장
요즘은 제 어린시절에 비하면 생활 수준도 높아지고 외식 문화도 자리 잡으면서 훨씬 더 다양한 먹거리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맛집 정보도 손쉽게 얻을 수 있으니 세계 각국의 다양한 요리나 음식을 거의 일상처럼 접하고 있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이런 다채롭고 새로운 음식을 더 많이 접하면 접할수록 어린시절에 자주 먹었던 음식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생기곤 합니다.
어릴때는 어머니가 해주시는 거의 매일 비슷하게 차려진 "그 나물에 그 밥"이 그렇게 지겨웠는데 지금은 그 맛이 왜 그렇게 그리워지는지 모르겠습니다.
각설하고, 제가 가끔씩 어릴 때 자주 먹었던 음식이 생각날 때면 들리는 곳이 부산역 근처에 있는데요, 옛날 된장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문출래 된장이 바로 그곳입니다.
문출래 된장은 매주 일요일이 정기휴일이고, 영업시간은 10:00부터 20:00까지이며, 브레이크 타임은 15:00부터 17:00까지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로는 저녁 장사를 안 하시는 건지 최근에 저녁시간에 방문했을 때는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으니 방문하실 때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먼저 문출래 된장의 외관입니다. 이미 외관에서부터 역사와 내공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 언제부터 영업을 하시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족히 수십 년은 되어 보입니다.
문출래 된장은 이 좁은 계단으로 내려가시면 지하에 위치해 있습니다.
내부는 테이블이 12개 정도 있는 그렇게 넓지 않은 식당이며, 약간 막걸리집 분위기가 풍기는 아주 정감 넘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위생 상태가 아주 양호하지는 않으니 방문 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메뉴는 아주 간단합니다. 차돌된장, 해물된장, 김치전골 중에서 선택하시면 되는데 이곳을 방문하시는 손님의 99%가 된장을 드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간단하게 차돌이나 해물 중에서 하나 선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각종 나물과 함께 비벼먹는 차돌된장
저는 된장을 고를 때 해물과 차돌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무조건 차돌이라 고민없이 주문하고 잠시 기다렸습니다.
주문을 하고 잠시 기다리면 바로 푸짐한 기본찬이 내어집니다. 다른 식당에 비하면 기본찬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양이 내어지는데 이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사실 이 기본찬은 된장과 함께 밥에 넣고 비벼먹는 용도이기에 아주 넉넉하게 내어집니다.
기본찬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은데 제가 방문한 날에는 무채나물, 겉절이, 어묵볶음, 콩나물, 열무김치, 달걀 후라이가 나왔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밥과 된장찌개가 내어졌습니다. 밥공기를 큰 그릇 안에 넣어서 주시는데, 큰 그릇에 비벼서 먹어도 되고, 그냥 먹어도 되지만 제가 지금까지 관찰한 바로는 한 명도 빠짐없이 다 비며서 드시는 것 같았습니다.
된장은 강된장보다는 찌개에 더 가까운데 떠먹기보다는 비벼먹기에 좋은 양과 농도인 것 같습니다.
저는 고민할 것 없이 밥부터 넣고 각종 나물과 달걀 후라이 그리고 된장을 적당량 넣고 테이블마다 준비된 고추장, 김가루, 참기름을 넣고 야무지게 비벼볼 준비를 합니다.
원하는 모든 재료를 다 넣은 후 사정없이 비벼줍니다. 고추장과 된장을 넣고 비벼놓으니 보는 것만으로도 식욕이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크게 한 입 떠서 먹어보니 어린시절 각종 나물에 된장 넣고 슥삭 비벼먹던 바로 그 맛입니다. 아주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아주 그리웠던 맛입니다.
여름철 입맛 없을 때 식욕을 돋구는데 이보다 더 좋은 음식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몰라도 정말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이 순식간에 먹어치웠습니다. 솔직히 된장만 먹으면 간이 조금 세기는 했지만 비벼먹을 때는 알아서 간 조절을 잘하면 되니까 크게 문제될 건 없어 보입니다.
위생 상태가 아주 조금 아쉽기는하지만 이 된장맛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생각날 것 같습니다. 요즘은 이런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은 만큼 저는 머지않아 또 방문할 것 같은데요, 혹시라도 저처럼 된장, 고추장에 나물 넣고 투박하게 비벼먹는 밥이 그리운 분들은 한 번 방문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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