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행사에 참가할 일이 있어서 오랜만에 벡스코에 갔는데요, 점심시간이 되어 식사할 곳을 찾아보니 의외로 그 근처에 마땅히 식사할 곳이 없어서 뭘 먹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조금 더 생산성 높은 일을 그렇게 심도 있게 고민하면 좋으련만 제 비루한 두뇌는 먹을 것 앞에서만 진지한 고민을 허락하는 것 같습니다.
어쨌든 벡스코 지하 식당에는 딱히 갈 곳이 없어 보였고, 신세계나 롯데 백화점까지 가자니 조금 귀찮기도 하고 시간도 애매했고, 점심은 좀 가볍게 먹고 싶어서 장고 끝에 벡스코 바로 앞 센텀호텔 맞은편에 있는 창타이누들로 향하게 됐습니다.
창타이누들은 월요일이 정기휴일이고 09:00부터 21:00까지 브레이크 타임 없이 영업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브레이크 타임이 없는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창타이누들에서는 아침, 점심, 저녁 언제 가도 식사가 된다는 사실에 다음에 또 벡스코에 올 때를 대비해서 여기는 왠지 꼭 알아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외관에서부터 깔끔한 인상을 주는 식당이라 들어가기 전부터 살짝 기대가 됩니다.
혹시나 싶어 찾아봤더니 프렌차이즈는 아니고 매장은 여기 벡스코 앞에 하나뿐입니다.
내부에 테이블은 10개 정도 되었던 것 같고 밖에서 생각헸던 것보다 훨씬 더 깔끔했고 인테리어도 살짝 태국 느낌을 살려놓은 것 같았습니다.
메뉴는 쌀국수와 덮밥 종류가 주를 이루고 있었고 가격대는 대부분 10,000원 언저리에 있었습니다.
태국 요리를 드시려고 오시는 분들은 음식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서 살짝 실망하실 수도 있겠지만 점심으로 먹기에는 부담 없이 적당하게 좋은 것 같습니다.
물 주전자와 컵에서는 태국 느낌이 물씬 풍겨서 홍차나 색다른 뭔가가 아닐까 내심 기대했지만 그냥 구수한 보리차입니다. 그래도 저런 컵에 마시니까 더 구수하고 시원한 느낌이 든다는 착각을 억지로 가져보려고 애쓰게 됩니다.
쌀국수에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각종 소스류가 테이블 끝자락에 나란히 놓여 있고 밑반찬으로는 곰탕 집에서 나올법한 잘 익은 깍두기 김치가 나옵니다.
먼저 같이 간 일행이 주문한 소고기 쌀국수 (10,000원)입니다.
베트남 쌀국수와는 일단 국물 색깔부터가 달라보이고, 소고기도 조금 더 두툼한 게 올라가 있습니다.
국물 맛이라도 보고 싶었지만, 아직은 코로나 때문에 식사할 때 서로 내외하는 것이 예절로 여겨지는 시기인지라 태국에서 먹었던 쌀국수 맛을 떠올리며 일행에게 물어봤더니 역시 제가 생각했던 그 맛에 가깝다고 말해줍니다.
간장 베이스가 베트남 쌀국수보다는 강하게 느껴지는 국물 맛이라고 합니다.
불현듯 예전에 여행 정보를 알려주는 한 TV 프로그램에서 김민교 씨가 맛있다고 극찬한 파타야의 한 허름한 쌀국수 집을 찾아가서 저 비슷하게 생긴 쌀국수를 먹고, 돌아오는 길에 택시도 툭툭이도 못 잡아서 더운 날씨에 30분 넘게 걸으며 땀범벅이 되는 바람에 이 개고생 시키려고 여기까지 왔나부터 누가 이런 데를 소개해줬냐, 김민교가 뭐 하는 작자냐까지 식구들의 온갖 원색적인 비난과 원망을 들었던 아픈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저는 태국식 쌀국수는 한 번도 안 먹었던 것 같군요, 그리고 몇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저희 집에서는 김민교가 금기어입니다.
이어서 제가 주문한 똠양꿍 쌀국수 (11,000원)가 나왔습니다.
똠양꿍 쌀국수에서 그 특유의 진한 향이 올라오자 같이 간 일행은 질색팔색하던데, 제가 이상한 건지는 몰라도 저는 구수한 된장찌개나 시큼한 김치찌개 냄새를 맡았을 때처럼 입안에 자동으로 침이 고입니다.
똠양꿍도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음식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어쨌든 저는 너무 좋아하고 없어서 못 먹는지라 국물까지 싹싹 긁어 먹었습니다.
저는 전날 술을 조금 마셨는데 이 똠양꿍 쌀국수가 해장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사실 벡스코에 행사 때문에 왔다가 당일에 급하게 검색해보고 찾아간 곳이라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었는데, 제가 기대했던 것보다는 훨씬 맜있게 먹었습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요리 종류가 다양하지 않아서 일부러 멀리서 찾아올만한 곳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벡스코 근처에서 점심으로 뭘 먹을지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가 방문한 시간대가 11시쯤이었는데 점심을 먹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라 한산했지만 , 다 먹고 나올 때가 되자 거의 대부분의 좌석이 찼었고, 배달 주문도 꽤 많이 들어오는 걸로 봐서는 나름 이 근처에서는 괜찮은 식당이 아닌가 생각해봤습니다.
혹시 저처럼 벡스코에 행사 참여하러 오셔서 식당 찾아 삼만리를 하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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