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돼지국밥이 맛있는 산골수육
부산 사람들의 소울 푸드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아마 십중팔구는 돼지국밥이라고 말할 것 같은데요, 부산에는 유명한 돼지국밥집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언급하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물론 제가 개인적으로 부산에서 유명하다는 돼지국밥을 다 먹어본 건 아니지만, 평생을 부산에 살면서 주기적으로 돼지국밥을 먹었던 사람으로서 제 나름의 기호와 돼지국밥을 선택하는 기준은 확실하게 갖고 있는데요, 제 입맛에는 감히 지금까지 먹어본 돼지국밥 중 최고라고 할만한 돼지국밥집을 최근에 찾게 되어서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하더니, 산골수육은 제가 항상 드나드는 동래에 그것도 아주 오랜 시간 영업하고 있던 곳인데, 아마도 저는 그 앞으로 수백 번도 넘게 지나갔을 텐데 이제서야 방문하게 되었다니 정말로 옛말이 틀린 게 아닌가 봅니다.
동래 산골수육은 수육과 돼지국밥을 메인으로 판매하고 있는 곳인데 아주 정겨운 느낌의 식당이라 방문할 때마다 아주 어린 시절 외갓집에 갔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곳입니다.
산골수육은 매주 일요일이 정기 휴일이고, 영업 시간은 11:00부터 23:00까지입니다. 브레이크 타임은 14:30부터 16:00까지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산골수육의 외관은 이렇습니다. 이상할 정도로 눈에 띄지 않는 이 가게는 큰 간판도 없고 출입문도 정확하게 보이지 않아서 선뜻 들어가기가 늘 망설여졌던 곳인 것 같습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일단 한 번 깜짝 놀라게 됩니다. 밖에서 봤을 때는 잘 몰랐는데 안으로 들어서면 완전 옛날 시골집 같은 느낌이라 놀랍기도 하지만 반갑고 정겨운 마음이 더 앞서는 것 같습니다.
요즘 식당들은 대부분 식탁을 놓고 의자에 앉아서 식사하도록 구조를 바꾸는 추세이지만 이곳은 방바닥에 앉아서 식사를 해야 하는 곳이니 필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메뉴입니다. 메뉴는 수육, 돼지국밥, 부추전이 전부이며 저는 사실 최근에 연달아 몇 번을 방문했지만 이상하게 계속 돼지국밥만 주문했습니다. 국밥 속에 들어간 돼지고기가 맛있으니 분명 수육도 맛있을 것 같은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산골수육에서는 신발 벗고 방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돼지국밥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산골수육 돼지국밥
주문을 마치고 따뜻한 방바닥에 앉아 기다리고 있으면 바로 기본찬부터 내어집니다.
보통 돼지국밥을 파는 식당에서는 마늘, 양파, 고추와 김치 혹은 깍뚜기, 그리고 새우젓과 부추 무침이 내어지는 게 전부인데 산골수육에서는 위의 기본찬 외에도 무말랭이 무침과 묵은지가 내어집니다.
이 묵은지가 정말 예술인데요, 짜고 시큼한 맛이 강해서 분명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극호였으며 지금도 글을 쓰면서 사진을 보고 있으니 입안에 군침이 돌기 시작합니다. 흰 밥 위에 묵은지를 척 올려서 먹으면 다른 반찬이 전혀 필요없을 정도였습니다.
잠시 후 드디어 주인공인 돼지국밥이 나왔습니다.
뽀얀 국물을 만들기 위해 인공적인 감미료나 부재료를 넣는 식당도 많다고 알고 있는데 일단 국물 색깔은 상대적으로 굉장히 맑아 보입니다. 국물부터 얼른 떠서 한 입 먹어보니 진하고 자극적인 맛이 아니라 담백하면서도 슴슴하게 느껴지는데 평소에 먹던 다른 돼지국밥이랑은 맛이 다른 것 같아서 다시 몇 번 더 떠먹어 봤는데, 이 국물이 처음부터 강한 임팩트를 남기지는 않았지만 먹을 수록 은근히 매력적입니다.
국밥 속에 들어간 고기도 어떤 부위를 사용하는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일단 비계가 적은 살코기 위주이며, 어떻게 삶았는지는 몰라도 정말 부드럽고 입안에서 씹히는 식감이나 맛이 너무 좋습니다. 국밥 속의 고기가 맛있으면 당연히 수육도 맛있을 테니 다음에는 술동무 한 명 찾아서 꼭 수육을 먹으러 와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국물에서도 고기에서도 신기할 정도로 잡내라고는 전혀 나지 않았습니다. 돼지국밥집에 들어가면 그 특유의 짠내가 진동을 하는데 산골수육에서는 그런 냄새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일단 밥부터 말아놓고 고기 듬뿍 올린 국밥 한 숟갈에 묵은지 하나 무심하게 척 걸쳐서 먹어보니 세상 그 어떤 산해진미가 부럽지 않은 맛입니다.
저는 앞으로 돼지국밥이 생각나면 두말 할 필요없이 무조건 여기 산골수육으로 달려올 것 같습니다.
부산에서 맛있는 돼지국밥 찾으시는 분들은 인공적인 맛은 빼고 국밥 본연의 맛을 잘 살린 산골수육 돼지국밥 한 번 드셔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 외갓집에 놀러온 듯한 정겨움 가득한 느낌은 식사하시는 동안 덤으로 즐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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