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향장육, 만두 전문점 해울
사직 야구장 맞은편 먹자 골목은 인근 주민들과 야구팬들로 항상 붐비는 곳이라 다양한 식당, 맛집들이 영업하고 있는데요, 이유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괜찮은 중식당을 이 부근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식당 불모지에 가까운 이곳에 꽤 출중한 실력을 가진 중식당 강자가 하나 있어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해울은 이름만 들어서는 중식당보다는 한식당처럼 들리는데요, 가게 규모도 그다지 크지 않고 외관도 흔한 중식당 느낌은 아니라서 저도 이 부근에서만 10년 넘게 살면서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었던 곳입니다.
하지만 한 번 방문해보면 반전 매력이 있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는 곳인데요, 오향장육과 만두 전문인 해울은 다른 중식당처럼 식사류는 판매하지 않고 요리류 10여종과 수제 만두만 판매하고 있지만 짜장과 밥을 무료로 셀프코너에서 이용할 수 있고 단품 메뉴의 가격도 비싸지 않아서 가족 외식에도 직장 회식에도 친구들 모임에도 괜찮은 식당입니다.
해울
부산 동래구 사직로58번길 6
map.kakao.com
해울은 일요일이 정기 휴일이고 영업 시간은 16:00부터 24:00까지이며, 다른 중식당과 달리 배달을 하지는 않습니다.
우선 사직동 해울의 외관입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가게 외관만 봐서는 정체성이 약간 의심스러워 보이지만 실력 있는 중식당에 틀림없습니다.
내부는 테이블이 약 10개 정도 있는 작은 규모이지만 저녁마다 손님들로 북적이는 곳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최근에 세 번 정도 방문했는데 방문할 때마다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식사보다는 술 한 잔 마시러 오신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메뉴는 다른 중식당과 비교하면 초라할 정도로 아주 간단합니다. 하지만 중식당 요리류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탕수육, 깐풍기, 유산슬, 양장피, 오향장육 등은 다 있어서 먹을 게 없어서 고민할 정도는 아닙니다. 게다가 사이즈를 소(小), 대(大)로 선택할 수 있어서 식사량이나 인원수에 따라 가성비도 확 좋아질 수 있습니다.
주요 메뉴 시식 후기
앞서 말씀 드렸던 것처럼 어쩌다 보니 포스팅을 하기 전에 해울에 총 세 번을 다녀왔고, 매번 방문할 때마다 주문했던 음식이 조금씩 달랐기 때문에 제가 먹어본 음식들에 대한 시식 후기를 올려보겠습니다.
1. 오향장육 (小, 16,000원)
오향장육은 해울의 대표 메뉴로 진한 간장 베이스에 팔각, 정향 등과 함께 삶아낸 것으로 보이는데 돼지고기의 잡내는 전혀 없이 깔끔하고 담백한 맛입니다.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오이, 양파, 파채, 마늘 등도 푸짐하게 올려져 있어서 다양한 조합으로 먹을 수 있습니다. 고기의 겉면은 검은색을 띄고 있지만 전혀 짜지 않고, 간이 알맞게 되어 있어서 소주와도 맥주와도 잘 어울리는 안주 같습니다. 평소 차이나타운에서 즐겨먹었던 오향장육과는 맛이 조금 달랐지만 그건 그저 조리법 혹은 향신료 구성의 차이 정도로 느껴졌을 뿐, 누가 먹더라도 맛있는 오향장육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2. 해물 짬뽕탕 (小, 15,000원)
해물 짬뽕탕의 맛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딱 그 짬뽕의 맛이었는데, 과하게 짜거나 맵지 않아서 부담없이 먹을 수 있었습니다. 해물과 채소 건더기가 푸짐하게 들어가 있어서 술안주로도 훌륭했지만, 전체적으로 해울은 중식당이다 보니 기름에 볶거나 튀기는 음식이 많아서 다소 느끼할 수도 있는데, 이 해물 짬뽕탕의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은 음식 맛의 밸런스를 잡아주기에 딱 좋았습니다.
3. 탕수육 (小, 14,000원)
탕수육은 처음부터 부먹 스타일로 나오는데 차이나타운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탕수육 같았습니다. 사장님께서 화교이신지는 모르겠지만 탕수육은 확실히 차이나타운 스타일에 가까웠으며, 처음부터 소스에 버무려져 나왔지만 먹는 내내 튀김의 바싹함이 느껴져서 찍먹파도 큰 불평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단맛이 그렇게 강하지 않아서 거슬리지 않았고 가격 대비 양도 넉넉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4. 사천 탕수육 (小, 16,000원)
사천 탕수육은 탕수육과 같은 고기 튀김을 조금 매콤한 양념으로 볶아냈는데, 역시 부먹 스타일로 나옵니다. 조금 더 엄밀히 말하자면 부먹이라기 보다는 매콤한 양념을 빠르게 볶아서 조려낸 느낌입니다. 사천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서 확실히 매콤하기는 하지만 못 먹을 정도로 매운 건 아니라서 맵찔이들이 먹더라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단맛보다는 매운맛을 선호하기 때문에 사천 탕수육을 더 맛있게 먹었지만 같이 간 일행들은 그냥 탕수육이 더 낫다고 하니 이건 개인적인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5. 깐풍기 (小, 18,000원)
어쩌면 이 깐풍기가 가장 논란의 메뉴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깐풍기와는 그 겉모습부터 확연히 달라 보입니다. 사실 맛도 제가 알고 있던 깐풍기와는 전혀 결이 달랐는데, 이상하게도 이게 묘하게 맛있었습니다. 처음 깐풍기가 나왔을 때는 음식이 잘못 나온 줄 알았고, 맛을 보자마자 이건 깐풍기가 아닌데라고 속으로 생각했지만 처음 먹어보는 맛 같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익숙한 맛이라 묘하게 느껴졌습니다. 속에 든 고기는 분명 닭고기가 맞았고 직원분께 재차 확인해 보니 깐풍기가 맞다고 하십니다.
겉모습과 맛은 예상했던 것과 완전히 달랐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깐풍기가 너무 맛있었다는 겁니다. 튀김옷을 어떻게 하셨는지는 몰라도 닭고기와 튀김옷 사이에 약간 빈 공간이 있는 듯한 느낌이라 그 식감도 굉장히 재미있었고, 음식 이름이 뭐가 됐건 누가 먹어도 맛있다고 할만한 음식임에는 틀림없어서, 저는 재방문하면 꼭 이 깐풍기를 다시 주문해서 먹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6. 군만두 (小, 8,000원)
저는 개인적으로 해울에서 깐풍기 다음으로 인상적이었던 음식이 이 군만두였는데요, 바싹하게 잘 튀겨진 만두피에 육즙이 넘치고 속을 꽉 채운 고기소 맛은 일품이었습니다. 직접 빚어낸 이 만두는 일반 시제품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으며, 왜 간판에 만두 전문점이라고 써놓으셨는지 한입 먹자마자 바로 납득할 수 있는 그런 맛이었습니다. 아무리 수제 만두라고 하더라도 만두 맛은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텐데 말로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한입 베어 물면 바로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을 테니 해울을 방문하신다면 꼭 한 번 드셔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7. 짜장 소스 & 공기밥 (무료)
어쩌면 해울을 찾으시는 많은 분들이 가장 만족스러워 하는 부분이 바로 이 무료로 제공되는 짜장 소스와 공기밥이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비록 해울에는 식사류 메뉴 자체가 없지만 이 무료로 제공되는 짜장 소스와 밥이 있기 때문에 그 허전함을 충분히 달래주지 않나 생각합니다. 짜장 소스와 밥은 전기 밥솥에 따로 담겨 있어서 원하는 만큼 드시면 되는데 무료로 제공하는 짜장 소스라고 해서 대충 만든 건 절대 아닙니다. 짜장 소스는 짠맛도 단맛도 과하지 않고, 기름진 맛도 덜해서 밥에 비벼먹기에 딱 적당한 맛이었고 설령 돈을 받고 판매하신다고 하더라도 저라면 기꺼이 사먹을 훌륭한 맛이라서 저는 매번 방문할 때마다 이 짜장 소스와 밥은 꼭 챙겨 먹었습니다.
위에서 보신 것처럼 3명이 방문할 경우 요리 2개와 군만두 하나면 넉넉하게 먹을 수 있는 양이고, 짜장밥까지 무료로 먹을 수 있으니 맛뿐 아니라 가성비까지 아주 훌륭한 맛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직동 근처에 살고 계신 분들이나 야구장을 방문하시는 분들은 꼭 한 번 방문해 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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