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 차이나타운의 화상 중식당 일품향(一品香)
부산역 건너편 차이나타운에는 화교 중고등학교가 있는 골목을 따라 화교들이 운영하는 화상(華商) 중식당들이 길 양 옆으로 줄지어 늘어서 영업을 하고 있는데요, 대부분 처음에는 작은 가게로 시작했다가 방송에 출연하거나 입소문이 난 덕분에 유명세를 타면서 식당을 확장해서 운영하는 곳도 일부 있지만, 식당을 확장하여 운영할 경우 조리사를 추가로 고용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음식 맛이 일정하지 않거나 예전보다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노포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채 영업을 하고 있는 식당들도 있습니다.
제가 오늘 소개해드릴 일품향도 그런 노포 중 하나인데요, 부산에서는 이미 꽤 유명한 중식당이고 항상 손님들로 북적이는 곳이지만 가게를 확장 운영할 경우 음식 맛에 변화가 생길까 봐 옛 모습을 고수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단골 손님이 유독 많은 식당이기도 합니다.
일품향
부산 동구 대영로243번길 22
map.kakao.com
부산역 일품향은 매주 월요일이 정기휴일이고 영업시간은 11:00부터 20:00까지이고, 브레이크 타임은 15:00부터 17:00까지입니다.
우선 일품향의 외관입니다. 부산의 차이나타운도 몇 년 전 간판 재정비 사업을 한 덕분에 대부분의 식당들이 비교적 통일된 새 간판을 달고 있는데요, 일품향도 간판은 새 것으로 바뀌었지만 오래된 노포의 모습을 물씬 풍기고 있습니다.
내부는 테이블이 10여 개 정도 되는 작은 식당인데 테이블과 의자만 봐도 오랜 역사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메뉴판입니다. 일품향은 다른 중식당에 비해 메뉴가 단출한 편이고, 요리류와 만두 종류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일품향은 특이하게 중식당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짜장면과 짬뽕은 판매하지 않으니 방문 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일품향의 군만두, 찐만두, 물만두
이것도 일종의 머피의 법칙인지는 모르겠으나 자주 방문하는 식당을 포스팅하는 경우에는 항상 비싼 요리를 주문해서 먹을 때는 사진도 안 찍고 그냥 오고 꼭 가장 저렴한 음식을 먹을 때만 포스팅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사진을 찍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 일품향을 방문하면 오향장육이나 깐풍기를 자주 주문하는 편인데 이 날은 점심 때 간단히 한 끼 해결하려고 방문한 거였고 동행한 일행이 일품향은 간판에 써놓은 것처럼 만두 전문이고 이곳 화교들이 인정하는 차이나타운에서 만두가 가장 맛있는 식당이기 때문에 만두를 종류별로 먹어봐야 한다며 군만두, 찐만두, 물만두를 하나씩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조금 부족할 수도 있는 탄수화물을 채워주기 위해서 볶음밥도 하나 주문했습니다.
주문을 하고 기다리면 제일 먼저 기본찬으로 오이 무침과 단무지, 양파가 나옵니다. 일품향에서는 간장 소스를 올린 오이를 내어주는데 살짝 느끼할 수도 있는 중국 음식을 먹을 때 이 오이를 하나씩 먹어주면 입안도 개운해지고 느끼한 맛도 잡아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잠시 더 기다렸더니 제일 먼저 찐만두가 나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중식 만두 중에서는 이 찐만두를 제일 좋아하는데요, 일품향의 찐만두는 고기소가 너무 맛있는데다 육즙도 가득 품고 있어서 어디 하나 흠 잡을 곳이 없었습니다.
다만 육즙을 가득 품고 있어서 성급하게 먹으려고 덤비다가는 입천장과 혓바닥이 불가마 찜질을 경험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이어서 나온 물만두입니다. 물만두는 찐만두보다 크기가 작고 만두피가 두꺼운데 안에 들어간 고기소는 맛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저는 물만두의 피가 더 두꺼워서 먹을 때 식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찐만두를 더 좋아하는데 일행은 물만두가 가장 맛있다고 했습니다. 확실히 사람마다 취향 차이는 있을 수 있으니 혹시라도 일품향에 방문해서 만두를 종류별로 드신다면 제가 위에서 언급한 내용은 잊고 선입견 없이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만두 삼총사의 마지막인 군만두가 나왔습니다. 흔히 다들 군만두라고 부르지만 사실 이 만두는 튀긴 만두라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메뉴판을 다시 보니 여기는 튀긴 만두라고 쓰여 있습니다.
튀긴 만두는 겉은 바싹하게 튀겨지고 속은 육즙이 가득 차서 부드러운, 말 그대로 겉바속촉의 정석입니다. 만두는 찐만두와 같은 걸 사용하는 것 같은데 조리 방법만 다른 것으로 보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순위를 매기자면 찐만두, 군만두, 물만두 순으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탄수화물을 채워줄 볶음밥이 나왔습니다. 큼지막한 새우살이 제법 많이 들어간 볶음밥은 고슬고슬하게 잘 볶였는데 딱 우리가 흔히 아는 그 볶음밥 맛입니다. 그리고 일품향에서는 짜장면과 짬뽕을 판매하지 않다 보니 보통 중식당에서 볶음밥을 주문하면 짬뽕 국물이 나오는데 여기는 계란탕이 나옵니다.
누군가 저에게 부산역 차이나타운에 있는 중식당 중 가장 맛있는 3곳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일품향을 포함시킬 것 같은데요, 맛있는 중식당을 찾으시는 분들은 일품향 음식도 꼭 한 번 맛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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